키 큰 남자를 보면
ㅡ 문 정 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詩 문정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 마음 속에 / 문 정 희 (0) | 2016.02.23 |
---|---|
목숨의 노래 / 문 정 희 (0) | 2015.10.15 |
순간 / 문 정 희 (0) | 2015.09.18 |
칸나 / 문 정 희 (0) | 2015.08.05 |
찔레 / 문 정 희 (0) | 201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