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가을이 가기 전에 / 길 경 희

자연을 바라보다 2015. 11. 21. 01:00




가을이 가기 전에


                                                             - 길 경 희





가을이 가기 전에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빛고운 잎새 다 지기 전에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새파란 잎새에 당신 숨결 넣어두고

그냥 잊고 가신 건 아닌지

나 그대를 불러보아요





당신이 세워둔 그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색깔로 치장한 

난 그대에게  기쁨이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말아요

당신의 마음 잡아두기 위해

긴 여름내 뜨거운 햇살도 친구로 여겼고

아프게 내리던 장대비도 참아냈는걸요





가끔씩 잎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면

그대의 향기가 전해져와요





이렇게 애절한 노래로

나 춤을 추고 있는데

그대 외면하지 말아요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난 힘없이

땅 위에 져버릴 거에요

행여나 지나던 당신 발끝에

내가 서 있어도 당신은 날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그러니 그대의 나무에 곱게 자리한 나를

어여쁜 손길로 안아 주세요





진다 하여 슬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황량한 먼지 속에서 뒹군다 하여

괴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흰 눈 소복이 쌓여 내가 갇혀있어도

그대가 바라봐준다면

내겐 더없는 행복인걸요





그러니 그대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이  준 아름다운 향기를 채색한 

나에게 말해주세요





그건 사랑이었다고...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국(黃菊) 몇 송이 / 황 동 규  (0) 2015.11.23
국화꽃 향기 / 임 재 화  (0) 2015.11.22
단풍 / 김 광 식  (0) 2015.11.18
만추 / 임 재 화  (0) 2015.11.17
잿빛 낙엽 / 경 대 호  (0)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