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 길 경 희
가을이 가기 전에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빛고운 잎새 다 지기 전에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새파란 잎새에 당신 숨결 넣어두고
그냥 잊고 가신 건 아닌지
나 그대를 불러보아요
당신이 세워둔 그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색깔로 치장한
난 그대에게 기쁨이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말아요
당신의 마음 잡아두기 위해
긴 여름내 뜨거운 햇살도 친구로 여겼고
아프게 내리던 장대비도 참아냈는걸요
가끔씩 잎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면
그대의 향기가 전해져와요
이렇게 애절한 노래로
나 춤을 추고 있는데
그대 외면하지 말아요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난 힘없이
땅 위에 져버릴 거에요
행여나 지나던 당신 발끝에
내가 서 있어도 당신은 날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그러니 그대의 나무에 곱게 자리한 나를
어여쁜 손길로 안아 주세요
진다 하여 슬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황량한 먼지 속에서 뒹군다 하여
괴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흰 눈 소복이 쌓여 내가 갇혀있어도
그대가 바라봐준다면
내겐 더없는 행복인걸요
그러니 그대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이 준 아름다운 향기를 채색한
나에게 말해주세요
그건 사랑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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