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님

차라리 / 한 용 운

자연을 바라보다 2016. 2. 29. 18:00





차라리



                                                                    - 한 용 운




님이여 오셔요. 오시지 아니하려면 차라리 가셔요.

가려다 오고, 오려다 가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니이여 나를 책망하려거든, 차라리 큰소리로 말씀하

여주셔요.

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 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

아픈 마음을 얼음 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아니 보려거든, 차라리 눈을 돌려서 감

으셔요. 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셔요. 곁눈으로

흘겨 보는 것은 사랑의 褓(보)에 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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