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제비꽃
풀꽃과 더불어
- 구 상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거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우너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꽃 / 이 수 익 (0) | 2016.04.15 |
---|---|
어쩌지 / 권 소 영 (0) | 2016.04.11 |
연분홍 / 김 억 (0) | 2016.04.04 |
오랑캐꽃 / 이 용 악 (0) | 2016.03.31 |
바다의 노래 / 이 상 화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