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가을이 오는 시간 / 김 현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6. 10. 1. 01:00





가을이 오는 시간 


                                                   - 김현승




우리들의 마음들은 

벌써 황마차(幌馬車)가 되어버린다

우리의 마음들은 

벌써 구름처럼 지평선가에 몰려 선다 




에머랄드빛 하늘이 멀어지는 가을이 오면 

해변에선 별장들의 덧문을 닫고

사람마다 사람마다 

찬란턴 마음의 샹들리에를 졸이고 

저녁에 우는 쓰르라미가 되는 

지금은 폐회와 귀로의 시간 




우리의 마음들은 

벌써 낙엽이 진다

우리의 마음들은 

남긴 것 없음을 

이제는 서러워한다

 



지금은 먼 길을 예비할 때

집없는 사람들 돌아와 집을 세우는 

지금은 릴케의 시와 자신에 

입맞추는 시간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수아비 / 곽 민 숙  (0) 2016.10.06
시월애 / 문 태 준  (0) 2016.10.04
가을 햇살 / 박 재 근  (0) 2016.09.30
가을 / 박 경 리  (0) 2016.09.25
햇살이랑 바람결이랑 / 김 문 경  (0) 201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