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시월애 / 문 태 준

자연을 바라보다 2016. 10. 4. 01:00





시월애



                                                          -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빰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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