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 장 석 주
너는 봉인된 편지
입맞춤으로
네 몸의 적멸보궁 네 몸속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 바닷가다
바닷가의 바람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이 바람 속에서
일체의 꿈들을 중절당한 내몸이
낱낱의 원소로 해체되어 버릴
때까지
나는 서 있고 싶다
벼랑의 끝에 가 본 자만이
바다를 본다
절망해본 자만이 사랑을 안다
나는 이 바닷가에서
너와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오오 너는 언제나 밤보다 빨리 온다
바다는 잠잠하고
너는 꿈틀댄다 바람의 정령들도
우리의 입맞춤을 시샘한다
내 입술과 맞닿은
네 수정의 입술에서 핀
일곱 송이의 수선화꽃 그 황금빛 수선화꽃 지고
아침과 이슬이 진다
너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신의주
너는 손길이 닿지 않는 수평선
너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노을
너는 창 밑 화단에 떨어진 사르비아 꽃잎
너는 사막
너는 죽음
하지만, 하지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나?
오래 굶주린 내 피는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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