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입맞춤 / 장 석 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7. 3. 18. 01:00










입맞춤 



                                                             - 장 석 주




너는 봉인된 편지 

입맞춤으로 

네 몸의 적멸보궁 네 몸속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 바닷가다 

바닷가의 바람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이 바람 속에서 

일체의 꿈들을 중절당한 내몸이 

낱낱의 원소로 해체되어 버릴 

때까지 

나는 서 있고 싶다 





벼랑의 끝에 가 본 자만이 

바다를 본다 

절망해본 자만이 사랑을 안다 

나는 이 바닷가에서 

너와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오오 너는 언제나 밤보다 빨리 온다 

바다는 잠잠하고 

너는 꿈틀댄다 바람의 정령들도 

우리의 입맞춤을 시샘한다 





내 입술과 맞닿은 

네 수정의 입술에서 핀 

일곱 송이의 수선화꽃 그 황금빛 수선화꽃 지고 

아침과 이슬이 진다 

너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신의주 

너는 손길이 닿지 않는 수평선 

너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노을 

너는 창 밑 화단에 떨어진 사르비아 꽃잎 

너는 사막 

너는 죽음 





하지만, 하지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나? 

오래 굶주린 내 피는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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