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목련 / 류 시 화

자연을 바라보다 2017. 3. 25. 01:00







목련


                                                 -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 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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