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신달자

봄의 금기사항 / 신 달 자

자연을 바라보다 2017. 4. 5. 01:00




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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