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나의 연못 나의 요양원 / 황 지 우

자연을 바라보다 2017. 8. 25. 01:00






나의 연못 나의 요양원


                                                                        - 황 지 우




목욕탕에서 옷 벗을 때

더 벗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

나는 나에게서 느낀다

이것 아닌 다른 생으로 몸 바꾸는

환생을 꿈꾸는 오래된 배롱나무

 



탕으로 들어가는 굽은 몸들처럼

연못 둘레에

수령 이백년 백일홍 나무들

구부정하게 서 있다

 



만개한 8월 紫薇꽃,

부채바람 받는 쪽의 숯불처럼

나를 향해 점점 밝아지는데

 저 화엄탕에 발가벗고 들어가

생을 바꿔가지고 나오고 싶다

불티같은 꽃잎들 머리에 흠뻑 쓰고

나는 웃으리라, 서울서 벗들 오면

상처받은 사람이 세상을 단장한다

말하고, 그들이 돌아갈 땐

저 바짝 오른 꽃들,

눈에 넣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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