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처서 / 문 태 준

자연을 바라보다 2017. 8. 23. 01:00




처서處暑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엔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 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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