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윤 동 주

길 / 윤 동 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2. 12. 15. 00:30

 




길 

                                            - 윤 동 주 -






잃어버렸습니다

머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갉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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