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조병화

타향에 핀 작은 들꽃 / 조 병 화

자연을 바라보다 2013. 1. 10. 00:30

 



*  용담

 

타향에 핀 작은 들꽃 

 

                                                 - 조병화 -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나는 어느 날 네가 숨어서 우는 것을 보았단다

보면서

너 같이 곱고 아름다운 작은 들꽃에도

슬픈 눈물이 있는가, 생각하면서

나의 가슴이 으스러지는 것을 느꼈단다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곱고 사랑스러운 작은 너의 가슴 안에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슬픈 사연이

있었구나

깊고 깊은 비밀이 있었구나

 

 

하기야 이 세상 눈물 아닌 게 어디 있겠니

살아 있는 것들이 다 눈물이지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의

자비로운 부처님의 눈물이란다

 

 

가진 사람도 눈물이요

갖지 않은 사람도 눈물이요

불우한 사람도 눈물이요

불우하지 않는 사람도 눈물이요

행복한 사람도 눈물이요

행복하지 않는 사람도 눈물이요

 

 

너와 같이 곱고 아름다운 작은 들꽃도

고울수록 아름다울수록 그만치

마음 저린 눈물이란다

 

 

아,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슬프고 외롭고 그립고 쓸쓸한 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란다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참으며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너와 나의 이 이승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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