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김재진

너를 만나고 싶다 / 김 재 진

자연을 바라보다 2013. 1. 17. 00:30

 



 

* 제라늄


 

너를 만나고 싶다

                                       - 김 재 진 -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김 재 진(1955년~)

대구출생. 소설가, 시인

1976년 <외로운 식물의 꿈>으로 조선일보,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7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느 시인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