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박 형 준 -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홍조가 되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 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 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는 저녁 해
우리는 풀밭에 앉았다
산 너머로 뒤늦게 날아온 한 떼의 오리들이
붉게 물든 날개를 호수에 쳐박았다
들풀보다 낮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
두 다리를 맞부딪히면
새처럼 날아갈 것 같기만 한
해가 지는 속도보다 빨리
어둠이 깔리는 풀밭
벗은 맨발을 하늘에 띄우고 흔들리는 흰 풀꽃들
나는 가만히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득여
오리처럼 한번 날아보고 싶다
뒤뚱거리며 쫓아가는 못난 오리
오래 전에 나는 그녀의 눈 속에
힘겹게 떠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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