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사랑 / 박 형 준

자연을 바라보다 2013. 6. 12. 00:30

 





 

사랑


                                          - 박 형 준 -





오리떼가 헤엄치고 있다

그녀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홍조가 되는 그녀의 맨발

실뱀이 호수를 건너듯 간질여 주고 싶다

날개를 접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 떼

맷돌보다 무겁게 가라앉는 저녁 해




우리는 풀밭에 앉았다

산 너머로 뒤늦게 날아온 한 떼의 오리들이

붉게 물든 날개를 호수에 쳐박았다

들풀보다 낮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

두 다리를 맞부딪히면

새처럼 날아갈 것 같기만 한




해가 지는 속도보다 빨리

어둠이 깔리는 풀밭

벗은 맨발을 하늘에 띄우고 흔들리는 흰 풀꽃들

나는 가만히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득여

오리처럼 한번 날아보고 싶다




뒤뚱거리며 쫓아가는 못난 오리

오래 전에 나는 그녀의 눈 속에

힘겹게 떠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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