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찔레 / 이 근 배

자연을 바라보다 2013. 5. 24. 00:30

 

 



 

찔레



                                         - 이 근 배 -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희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춤으로 주마

내 어찌 잊었겠느냐

가시덤불에 펼쳐진 알몸

사금파리에 찔리며 너를 꺾던

새순 돋는 가시 껍질 째 씹던

나의 달디단 전율을

스무 해전쯤의 헛구역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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