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가련한 그것 / 안 도 현

자연을 바라보다 2013. 9. 15. 00:30

 

 



가련한 그것


                                   - 안 도 현






목욕탕에서 아들놈의 거뭇거뭇해진 사타구니를 슬쩍 보는 거

내심 궁금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좀 슬픈 일이다




문득 내 머릿속에는

왜 이십 수년 전 아버지 숨 놓았을 때 염하는 사이 들여다본

형편없이 자줏빛으로 쪼그라든 그것이 떠올랐던 것일까




아무래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엉거주춤 서 있는

나의 그것 때문일 텐데,

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머금고 있는

결국은 가련한 그것! (......킥킥)





김남주 10주기 행사 때 광주에서 강연하기로 약속해 놓고

황석영 선생이 무단 펑크를 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화가 난 김준태 시인이

" 석영이형 X은 X도 아니여. 아, 그게 뭔 X이당가. 

개X이여, 개X! " 하면서

소주잔을 넘치게 따르던 생각도 났다




아들놈이 수건으로 급히 제것을 가리며

" 아빠! 처음 봐요? " 하며 눈을 희번덕거린다

물방울이 그 끝에서 뚝뚝 듣는 것을 나는 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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