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고은

화살 / 고 은

자연을 바라보다 2013. 12. 18. 00:30

 

 

 

화살

 

                           - 고 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년 동안 가진 것

몇십년 동안 누린 것

몇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든가

뭣이라든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대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詩 고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간의 꽃 / 고 은  (0) 2014.04.25
눈물 / 고 은  (0) 2014.03.27
강설(降雪) / 고 은  (0) 2014.01.10
길 / 고 은  (0) 2014.01.07
가을 편지 / 고 은  (0)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