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고은

눈물 / 고 은

자연을 바라보다 2014. 3. 27. 00:30

 

 

 

 

* 수선화(水仙花)

 

 

 

 

 

눈물

 

                                                          - 고 은

 

 

 

 

 

아 그렇게도 눈물 나리라.

한 줄기의 냇가를 들여다보면

나와 거슬러 오르는 잔 고기떼도 만나고,

그저 뜨는 마름풀 잎새도 만나리라.

내 늙으면, 어느 냇가에서

지난 날도 다시 거슬러 오르며 만나리라.

그러면 나는 눈물 나리라.

 

 

 

 

누이에게

 

이 세상의 어디에는

부서지는 괴로움도 있다 하니,

너는 그러한 데를 따라가 보았느냐.

물에는 물소리가 가듯

네가 자라서 부끄러우며 울 때,

나는 네 부끄러움 속에 있고 싶었네.

아무리 세상에는 찾다 찾다 없이도

너를 만난다고 눈 멀으며 쏘아다녔네.

 

 

 

늦봄에 날것이야 다 돋아나고

무엇이 땅 속에 남아 괴로와 할까.

저 夜摩天에는 풀 한 포기라도 돋아나 있는지,

이 세상의 어디를 다 돌아다니다가

해 지면 돌아오는 네 울음이요,

울 밑에 풀 한 포기 나 있는 것을 만나도

나는 눈물이 나네.

 

 

 

 

 

* 야마천(夜摩天) : 욕계의 여섯 하늘 중 세번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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