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의자 / 이 정 록

자연을 바라보다 2014. 7. 21. 00:30

 

 

 

 

의자

 

                                                                                      - 이 정 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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