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도종환

목백일홍 / 도 종 환

자연을 바라보다 2015. 7. 27. 00:30








목백일홍


                                                 - 도 종 환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 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 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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