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목木 백일홍의 가을 / 탁 현 미

자연을 바라보다 2015. 8. 27. 01:00






백일홍의 가을


                                                                         - 탁 현 미





이곳에 뿌리 내린 지 십수 년

또다시 설렁설렁 바람이 분다

빨려들 듯 눈부신 파란 하늘

마지막 열기를 내뿜는 태양

기분 좋은 나태함에 빠져본다





온몸 이곳저곳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수술 자국

주렁주렁 달려 있던 링거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삶

몸속 작은 분신들의 꿈틀거림

먼 가지 끝에서 살랑이던 작은 손들

그들의 근질긴 속삭임과 다독임에

이 가을

굵은 훈장 하나

허리에 둘러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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