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木 백일홍의 가을
- 탁 현 미
이곳에 뿌리 내린 지 십수 년
또다시 설렁설렁 바람이 분다
빨려들 듯 눈부신 파란 하늘
마지막 열기를 내뿜는 태양
기분 좋은 나태함에 빠져본다
온몸 이곳저곳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수술 자국
주렁주렁 달려 있던 링거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삶
몸속 작은 분신들의 꿈틀거림
먼 가지 끝에서 살랑이던 작은 손들
그들의 근질긴 속삭임과 다독임에
이 가을
굵은 훈장 하나
허리에 둘러차게 되었다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여름의 끝 / 이 성 복 (0) | 2015.08.31 |
---|---|
가끔 / 곽 민 숙 (0) | 2015.08.30 |
처서 / 정 끝 별 (0) | 2015.08.23 |
해바라기 / 김 선 옥 (0) | 2015.08.21 |
장한가 / 백 거 이 (0) | 201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