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희덕

어느 봄날 / 나 희 덕

자연을 바라보다 2016. 5. 9. 01:00









어느 봄날


                                                     - 나 희 덕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 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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