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희덕

젖지 않는 마음-편지 3 / 나 희 덕

자연을 바라보다 2017. 9. 7. 01:00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3 


                                                - 나 희 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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