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누가 마음을 비우라고 하나 / 천 양 희

자연을 바라보다 2016. 6. 27. 01:00





누가 마음을 비우라고 하나


                                                    - 천 양 희





잎새에도 바람이 일고

나무도 꽃을 피우려고 온 몸에 힘을 쓰는데

누가 나더러

마음을 비우라고 하나




마음 한번 제대로 쓴 적 없고

잘못 쓴 마음 고친 적 없는데

누가 내 마음의 공터를 뒤져놓았나




마음이 감춘 격렬한 괴로움들

불덩이를 삼킨 뜨거운 후회들

내려놓지도 못하는 나더러

누가 자꾸 마음을 비우라고 하나




마음! 하고 쓰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마음이

나를 다시 쓰네




마음에도 지도가 있고

마음은 마음에게로 가는 길이 있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마음 놓치면

눈뜨고 있어도 날은 어두워

마음먹고 돌아서도

배고픈 마음인데

마음아, 몸이 있어서 춥나?




마음은 언제나

나를 골백번도 더 죽였으나

이 지독한 마음의 파란만장

만장처럼 펄럭일 때

나도 마음을 꽃처럼 피우고 싶은 사람이다




마음 비우는 건 피우는 것과 달라

무엇을 비워서 마음을 펼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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