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쥐똥나무 자르기 / 이 창 수

자연을 바라보다 2016. 6. 24. 01:00






쥐똥나무 자르기


                                                      - 이 창 수





쥐똥나무 울타리를 가위로 자른다

옆으로 길게 큰놈, 웃자란 놈

양면을 잘라 벽을 만들고 위도 평평하게 자른다




나무가 크고 단단하면 

배도 짓고 집도 짓고, 요긴하게 쓰이련만

어쩌다 크지 못하는 죄를 지어

중심에 들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 울타리가 되었는가




한 번도 중심에서, 중심이 되어 본 적 없는

나 닮은 쥐똥나무가 얄미워

가위 날 퍼렇게 세워

싹둑싹둑 자른다, 사정없이 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