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윤숙

이 생명을 / 모 윤 숙

자연을 바라보다 2013. 7. 11. 00:30

 

 

 

 


 

* 백일홍

이 생명을


                                 - 모 윤 숙


 

 

 

 


 


임이 부르시면 달려가지요

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

진주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

임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


 

 


 


임이 살라시면 사오리다

먹을 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

빚더미로 옛집 치찍을 맞으면서도

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아요

 

 


 



죽음으로 갚을 길이 있다면 죽지요

빈 손으로 임의 앞을 지나다니요

내 임이 원이라면 이 생명을 아끼오리

이 심장의 온 피를 다 빼어 바치리다


 

 


 


무엔들 사양하리 무엔들 안 바치리

창백한 수족에 힘 나실 일이라면

파리한 임의 손을 버리고 가다니요

힘 잃은 그 무릎을 버리고 가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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