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 나 희 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쳐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쳐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를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역사 / 이 병 률 (0) | 2013.08.07 |
---|---|
상사화 / 이 재 석 (0) | 2013.08.02 |
눈물 / 김 현 승 (0) | 2013.07.23 |
날랜 사랑 / 고 재 종 (0) | 2013.07.22 |
강물 / 천 상 병 (0) | 2013.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