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사라진 손바닥 / 나 희 덕

자연을 바라보다 2013. 7. 24. 00:30

 


 



사라진 손바닥


                               - 나 희 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쳐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쳐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를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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