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유안진

가을에는 날마다 떠난다 / 유 안 진

자연을 바라보다 2014. 10. 23. 00:30

 


가을에는 날마다 떠나간다

 

                                                                                           - 유 안 진

 

 

 

 

마지막 한 마디처럼, 안 잊히는 한 구절처럼

매달린 마른 잎이 바르르 떤다

발자국도 잎 향기도 무겁다

 

 

 

 

가을에는  날마다 떠나간다

가는 이 없이는 가을이 아니니까

가을을 다 가지고 가버린 다음에야

남겨지는 가을이 온다, 나도 가을이 된다

거리마다 나뭇잎들  다 쓸려가고

그 많던 인파도 다 떠나고

거리를 치달리는 바람 거슬러

걷고 걸어도 나는 남겨진다

 

 

 

 

떠나가는 가을과 남겨지는 가을은 같은 가을일까

떠나가는 웃음이 웃음일까

남겨지는 미소가 미소일까

참지 마라, 울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