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도종환

가을사랑 / 도 종 환

자연을 바라보다 2014. 11. 26. 00:30

 



  가을사랑


                                                                                             - 도 종 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을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

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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