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도종환

그해 봄 / 도 종 환

자연을 바라보다 2015. 4. 4. 00:30





*봉은사에서





그해 봄


                                                                       - 도 종 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 보는 창밖으로

개나리 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 십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몇일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화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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