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도종환

자목련 / 도 종 환

자연을 바라보다 2015. 4. 17. 00:30







자목련


                                                                              - 도 종 환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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