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춘수

나의 하느님 / 김 춘 수

자연을 바라보다 2015. 3. 29. 00:30




*생강나무





나의 하느님



                                                           - 김 춘 수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주깐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은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純潔이다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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