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춘수

처서 지나고 / 김 춘 수

자연을 바라보다 2016. 8. 25. 01:00





처서 지나고


                                                           김춘수






저녁에 가랑비가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젖는다.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

한밤에 또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새로 한 번 젖는다.

새벽녘에는 할 수 없이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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