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춘수

유월에 / 김 춘 수

자연을 바라보다 2015. 6. 20. 00:30






유월에


                                                             - 김 춘 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는 은발의 소녀

마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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