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이야기
- 김 남 조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 소녀의 원이라고
구김 없는 물 위에
차겁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
무구한 소녀라
무슨 원이 행여 죄되리까만
사랑한 이야기야
허구헌날 사무쳐도 내 못 말하고
사랑한 야기야
글썽대며 목이 메도 내 못 말하고
죽을 때나 가만가만 뇌어볼 이름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꽃이 지는 봄날에랴
희어서 설은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
가이 없는 눈벌에
한 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몸이 덥듯 귀여운
소녀라
무슨 원이 굳이 역겨우리만
사랑한 이야기야
내 마음 저며낼까 내 못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내 영혼 피 흐를까 내 못 말하고
죽을 때나 눈매 곱게 그려 볼 모습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기막힌 이 이야길 하랍니다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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