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김남조

사랑한 이야기 / 김 남 조

자연을 바라보다 2015. 5. 9. 00:30










사랑한 이야기


                                                                 - 김 남 조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 소녀의 원이라고





구김 없는 물 위에

차겁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

무구한 소녀라

무슨 원이 행여 죄되리까만




사랑한 이야기야

허구헌날 사무쳐도 내 못 말하고

사랑한 야기야

글썽대며 목이 메도 내 못 말하고

죽을 때나 가만가만 뇌어볼 이름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꽃이 지는 봄날에랴

희어서 설은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




가이 없는 눈벌에

한 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몸이 덥듯 귀여운

소녀라

무슨 원이 굳이 역겨우리만

사랑한 이야기야

내 마음 저며낼까 내 못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내 영혼 피 흐를까 내 못 말하고

죽을 때나 눈매 곱게 그려 볼 모습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기막힌 이 이야길 하랍니다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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