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고은

대보름날 / 고 은

자연을 바라보다 2016. 2. 22. 01:00





대보름날


                                                        - 고 은





정월 대보름날 단단히 추운 날

식전부터 바쁜아낙네

밥손님 올 줄 알고 

미리 오곡밥

질경이나물 한 가지

사립짝 언저리 확 위에 내다 놓는다

이윽고 환갑 거지 회오리처럼 나타나

한바탕 타령 늘어놓으려 하다가

오곡밥 넣어가지고 그냥 간다

삼백예순 날 오늘만 하여라 동냥자루 불룩하구나

한바퀴 썩 돌고 동구 밖 나가는 판에

다른 거지 만나니

그네들끼리 무던히도 반갑구나

이 동네 갈 것 없네 다 돌았네

자 우리도 개보름 쇠세 하더니

마른 삭정이 꺾어다 불놓고

그 불에 몸 녹이며

이  집 저 집 밥덩어리 꺼내 먹으며

두 거지 밥 한  입 가득히 웃다가 목메인다

어느새 까치 동무들 알고 와서 그 부근 얼쩡댄다




 

'詩 고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꽃 / 고 은  (0) 2016.04.20
객혈(喀血) / 고 은  (0) 2015.12.10
순간의 꽃 / 고 은  (0) 2014.04.25
눈물 / 고 은  (0) 2014.03.27
강설(降雪) / 고 은  (0)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