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꽃등 / 류 시 화

자연을 바라보다 2017. 3. 10. 01:00







꽃등


                                                         - 류시화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 있다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속에 있는 수선화를 기다린다 / 이 생 진  (0) 2017.03.13
봄의 노래 / 신 경 림  (0) 2017.03.11
3월 / 오 세 영  (0) 2017.03.06
동백 / 강 은 교  (0) 2017.03.02
봄꿈을 꾸며 / 김 종 해  (0)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