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말

나 그대를 사랑한다 / 폴 엘뤼아르

자연을 바라보다 2014. 3. 19. 00:30

 

* 군자란

 

 

 

 

 

나 그대를 사랑한다

 

 

 

 

 

 

나 그대를 사랑한다

사귀어보지 않은 모든 여인들 대신에

나 그대를 사랑한다

살아보지 않은 모든 세월 대신에

드넓은 바다 냄새와 따뜻한 빵 냄새 대신에

첫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녹아가는 눈 대신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순량한 짐승들 대신에

나 그대를 사랑한다.  사랑하기 위하여

나 그대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고 있는 모든 여인들 대신에

 

 

 

 

그 누가 나를 비쳐주리

그대 아니고선 내 자신을 볼 수가 없구나

그대 없이 보이는 것은 황막한 벌판뿐이로다

예부터 지금까지

나 온갖 죽음들을 겪으며 뛰어넘어 닿은 곳은

한 줌의 밀짚일 뿐

나의 거울을 뚫어볼 수 없었고

한 마디 한 마디 인생을 배워야 했다

사람들이 인생을 잊어버리듯 그렇게

 

 

 

 

나 그대를 사랑한다

내 갖지 못한 그대의 예지 때문에

또한 그대의 건강 때문에

나 그대를 사랑한다

환상에 지나지 않는 그 모든 것에 대항하여

또한 내가 지니지 못한 불멸의 사랑을 위하여

굳은 의심을 품는 그대는 바로 이성 그것이다

그대는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위대한 태양

비로소 나는 자신을 믿는다

 

 

 

 

 

 

*폴 엘뤼아르(Paul Eluard, 1895~1952) : 프랑스 초현실주의 대표적 시인.

다다이즘 운동 참여. '시인은 영감을 받는 자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자'

라고 한결같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