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물 / 안 도 현 *애기똥풀 *흰씀바귀 * 질경이 * 개망초 * 별꽃 풀물 - 안 도 현 - 봄비 한두 차례 마당 두드리고 가면 두런두런 풀이 돋는데 가만 놔두면 겁도 없이 자랄 것들 빗소리 마르기 전에 서둘러 뽑아내기로 마음먹고 호미를 들었다 냉이 뽑아내고 나면 씀바귀 돋고 씀바귀 뽑아내고 나면 질경이 .. 안도현 2013.06.13
앵두의 혀 / 안 도 현 앵두의 혀 - 안 도 현 - 앵두를 먹었지 그러니까 작년 여름 툇마루 끝에 앉아 먹었지 한알 한알이 예뻐서 한알 한알을 낱낱이 들여다보며 거 왜 있잖아, 시기도 하고 달기도 한 연애 같은 앵두를 흰 쟁반 가득 따가가 놓고서는 손가락으로 한알 한알 골라 먹었지 앵두즙이 잇몸 속까지 적셔.. 안도현 2013.06.11
장끼우는 봄 / 안 도 현 * 엉겅퀴 장끼 우는 봄 - 안 도 현 - 봄산에 장끼가 울고 있다 띄엄띄엄 잊을 만하면 한번씩 가락도 울음의 신명도 없이, 다만 혼자 장끼는 왜 혼자 우는가 한번 울고 나서, 그 다음에 울 때까지 그 사이에 장끼는 무엇을 하는가 궁금하다 저 봄산의 사타구니에다 고개를 처박고서는 산 전체.. 안도현 2013.06.03
꽃 지는 날 / 안 도 현 꽃 지는 날 - 안 도 현 - 뜰 안에 석류꽃이 마구 뚝뚝 지는 날, 떨어진 꽃이 아까워 몇개 주워 들었더니 꽃이 그냥 지는 줄 아나? 지는 꽃이 있어야 피는 꽃도 있는 게지 지는 꽃 때문에 석류 알이 굵어지는 거 모르나? 어머니, 어머니, 지는 꽃 어머니가 나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시고, 그나저.. 안도현 2013.05.28
봄날은 간다 / 안 도 현 봄날은 간다 - 안 도 현 -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가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붙여 어쩌.. 안도현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