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님

신록 / 서정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2. 6. 16. 00:30




* 살갈퀴

  

 신록  /  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 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