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오는 봄 / 김 소 월

자연을 바라보다 2016. 3. 11. 01:00





오는 봄


                                                              - 김 소 월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벋은 가지에

전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그러나 눈이 깔린 두던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 하늘 아래서 평화롭건만




새들께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가마귀

어디로써  오는지 종경 소리는

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弔曲)일러라




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지향 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




저마다 외로움의 깊은 근심이

오도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의고

곳을 잡지 못하는 설음일러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올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리운 머릿결들은

걸음 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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