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밭고랑 위에서 / 김 소 월

자연을 바라보다 2016. 4. 23. 01:00





밭고랑 위에서


                                                    - 김 소 월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자란 보리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여.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나려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리 불러라.

오오 은혜여, 살아있는 몸에 넘치는 은혜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속을 차지하여라.




세계의 끝은 어디? 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덮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어서.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

새라 새로운 환희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위에서,




다시 한번 활기있게 웃고 나서, 우리 두 사람은

바람에 일리우는 보리밭 속으로

호미들고 들어갔어라, 가즈런히 가즈란히,

걸어나가는 기쁨이여, 오오 생명의 향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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