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단상 / 이 해 인 * 자란(난초과) 부활 단상 - 이 해 인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이 새봄에 저도 완고함, 딱딱함,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둣잎 잎사귀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너그럽게 변화하게 하소서 이해인 2016.03.28
꽃샘바람 / 이 해 인 꽃샘바람 - 이 해 인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채하던 어느 옛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냉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이해인 2016.03.10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 해 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 해 인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이해인 2015.10.25
칠월의 詩 / 이 해 인 *꽃치자 칠월의 詩 - 이 해 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들 사람들을 꽃을 만난듯이 대할.. 이해인 2015.07.02
유월의 장미 / 이 해 인 유월의 장미 - 이 해 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아픔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 이해인 2015.06.07
꽃씨편지 / 이 해 인 *각시원추리 꽃씨편지 - 이 해 인 당신이 보낸 꽃씨를 심어 꽃을 피워냈어요 흙의 향기 가득한 꽃밭을 향해 고맙다고 놀랍다고 자꾸자꾸만 감탄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나의 기도입니다 이 꽃을 사진에 담아 당신에게 보내며 행복합니다 내 마음속에 심겨서 곱게 자라난 나의 사랑도 편지.. 이해인 2015.05.31
작은 소망 / 이 해 인 작은 소망 - 이 해 인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 이해인 2015.05.30
오월의 시 / 이 해 인 오월의 시 - 이 해 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 이해인 2015.05.08
개나리 / 이 해 인 개나리 - 이 해 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이해인 2015.04.14
봄까치꽃 / 이 해 인 *봄까치꽃 봄까치꽃 - 이 해 인 까치가 놀러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 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 이해인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