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 정 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문정희>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 詩 문정희 2017.05.26
동백꽃 / 문 정 희 동백꽃 - 문 정 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 詩 문정희 2017.02.22
가을밭 / 문 정 희 가을밭 문정희 이제 씻은 손으로 당신의 가슴을 짚어 보네. 하늘 안 은銀의 실을 올리어 새벽의 깊고 그윽한 수繡로 놓아가네. 촛불 속에 차오르는 우물을 나는 보네. 결국 번개 속에서 만난 것이라 해도 창은 넘치도록 열어 두고 싶네. 당신의 추운 옷깃에나 묻어 슬픈 약으로 맺히우는 .. 詩 문정희 2016.10.12
우리들 마음 속에 / 문 정 희 우리들 마음 속에 - 문 정 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뜻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 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 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 詩 문정희 2016.02.23
목숨의 노래 / 문 정 희 * 대상화(추명국) 목숨의 노래 - 문 정 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詩 문정희 2015.10.15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 정 희 키 큰 남자를 보면 ㅡ 문 정 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 詩 문정희 2015.10.14
순간 / 문 정 희 순간 ㅡ 문 정 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이름을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詩 문정희 2015.09.18
칸나 / 문 정 희 칸나 - 문 정 희 나 오늘 칸나를 사러가네 연애를 해도 외로워 이제는 연애도 싫어 사랑은 없고 소문만 무성한 시대 정사도 정사도 가뭇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하늘 아래 살아있는 심장을 만나러 가네 사랑은 꼭 신고한 사람과 해야하나 사랑은 서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려다 태양의 뿔 .. 詩 문정희 2015.08.05
찔레 / 문 정 희 찔레 - 문 정 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난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 詩 문정희 2015.05.17
이별 이후 / 문 정 희 이별 이후 - 문 정 희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을 떠 넣는 일이다 옛날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 詩 문정희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