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인형 / 정 호 승 거지인형 - 정 호 승 엄마는 겨울이 춥다고 한다 나는 엄마가 있어서 따뜻한데 엄마는 올겨울이 외롭다고 한다 나는 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은데 詩 정호승 2015.02.12
발자국 / 정 호 승 * 선운사 발자국 - 정 호 승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 남은 발자국들끼리 서로 뜨겁게 한 몸을 이루다가 녹아버.. 詩 정호승 2015.02.11
마음의 똥 / 정 호 승 * 산수유 열매 마음의 똥 - 정 호 승 내 어릴 때 소나무 서 있는 들판에서 아버지 같은 눈사람 하나 외롭게 서 있으면 눈사람 옆에 살그머니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똥을 누고 돌아와 곤히 잠들곤 했는데 그날 밤에는 꿈속에서도 유난히 함박눈이 많이 내려 내가 눈 똥이 다 함박눈이 되.. 詩 정호승 2015.01.19
자국눈 / 정 호 승 자국눈 - 정 호 승 지상에 내리는 눈 중에서 가장 어여쁜 눈은 자국눈이다 첫사랑처럼 살짝 발자국이 찍히는 자국눈이다 어머니 첫사랑 남자를 만날 때마다 살짝살짝 자국눈이 내렸다지 그 남자가 가슴에 남긴 발자국이 평생 자국눈처럼 지워지지 않았다지 詩 정호승 2015.01.16
새 / 정 호 승 새 - 정 호 승 새가 죽었다 참나무 장작으로 다비를 하고 나자 새의 몸에서도 사리가 나왔다 겨울 가야산에 누덕누덕 눈은 내리는데 사리를 친견하려는 사람들이 새떼처럼 몰려왔다 詩 정호승 2015.01.11
겨울밤 / 정 호 승 겨울밤 - 정 호 승 눈은 내리지 않는다 더이상 잠들 곳은 없다 망치를 들고 못질은 하지 않고 호두알을 내려친다 박살이 났다 미안하다 나도 내 인생이 박살이 날 줄은 몰랐다 도포자락을 잘라서 내 얼굴에 누가 몽두를 씌울 줄은 정말 몰랐다 여름에 피었던 꽃은 말라서 겨울이 되어도 아.. 詩 정호승 2015.01.08
첫눈 / 정 호 승 첫눈 - 정 호 승 첫눈이 내렸다 퇴근길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렸다 눈송이들은 저마다 기차가 되어 남쪽으로 떠나가고 나는 아무 데도 떠날 데가 없어 나의 기차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들고 담배를 피웠으나 .. 詩 정호승 2014.12.03
북한강에서 / 정 호 승 북한강에서 - 정 호 승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 만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기다리는 날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 詩 정호승 2014.11.22
우물 / 정 호 승 우물 - 정 호 승 길을 가다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누가 낮달을 초승달로 던져놓았다 길을 가다가 다시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쑥떡이 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홀로 기차를 타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다시 길을 떠났다가 돌아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평화시장의 흐린 형광들 불빛 아래 미싱.. 詩 정호승 2014.11.17
폭포 앞에서 / 정 호 승 폭포 앞에서 - 정 호 승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 詩 정호승 201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