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 / 정 호 승 쌀 한 톨 - 정 호 승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 고마움을 통해 인생이 부유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쌀 한 톨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해질녘 어깨에 삽을 걸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詩 정호승 2014.10.29
사막 / 정 호 승 * 스쿠렁 사막 - 정 호 승 들녘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듬뿍 머금고 들녘엔 들꽃이 찬란하다 사막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흠뻑 빨아들이고 사막은 여전히 사막으로 남아 있다 받아들일 줄은 알고 나눌 줄은 모르는 자가 언제나 더 메말라 있는 초여름 인간의 사막 詩 정호승 2014.10.11
가을폭포 / 정 호 승 가을폭포 - 정 호 승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으로 흐르던 맑.. 詩 정호승 2014.10.08
잠자리 / 정 호 승 잠자리 - 정 호 승 잠자리 날개에 낮달 걸리다 잠자리 날개에 초승달 걸리다 어머니 새벽같이 일어나 쌀을 안칠 때 잠자리 날개에 이슬 맺히다 장독대 정한수에 목을 축이다 詩 정호승 2014.09.23
그리운 목소리 / 정 호 승 그리운 목소리 - 정 호 승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 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詩 정호승 2014.09.02
허허바다 / 정 호 승 허허바다 - 정 호 승 허허바다에 가면 밀물이 썰물이 되어 떠난 자리에 내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다 어린 게 한 마리 썩어 문드러진 나를 톡톡 건드리다가 썰물을 끌고 재빨리 모랫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팬티를 벗어 수평선에 걸어놓고 축 늘어진 내 남근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 詩 정호승 2014.08.29
마더 테레사 수녀의 미소 / 정 호 승 마더 테레사 수녀의 미소 - 정 호 승 여든일곱 생신을 맞아 인도 캘커타 사랑의 선교회 본부 건물 발코니에 나와 몰려든 축하객들에게 두 손을 모으고 답례하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웃는 사진이 동아일보 일면 머릿기사로 나왔다 나는 아침밥을 먹다가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다 .. 詩 정호승 2014.08.27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 詩 정호승 2014.08.24
깃발 / 정 호 승 깃발 - 정 호 승 이제는 내릴 수 없는 너의 얼굴 그토록 눈부시게 푸르른 날에 힘차게 펄럭이지 않고 견딜 수 없는 너의 그리운 얼굴 푸른 하늘에 새로운 길을 내는 그 누구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너의 영원한 얼굴 내 오늘도 너의 푸른 자유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詩 정호승 2014.08.15
폭풍 / 정 호 승 폭풍 - 정 호 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무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 詩 정호승 201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