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 / 정 호 승 꽃과 나 - 정 호 승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봅니다 詩 정호승 2014.05.21
못 / 정 호 승 못 - 정 호 승 내 그대가 그리워 허공에 못질을 한다 못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 그대가 그리워 물 위에 못질을 한다 못이 들어가지 않는다 詩 정호승 2014.05.19
사랑한다 / 정 호 승 * 남산 제비꽃 사랑한다 - 정 호 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 詩 정호승 2014.05.16
축하합니다 / 정 호 승 * 산목련 축하합니다 - 정 호 승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한 분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 詩 정호승 2014.05.15
미시령 / 정 호 승 미시령 - 정 호 승 봄날 미시령에 사랑하는 여자 원수 같은 여자가 붉은 치마를 입고 그네를 뛴다 죄없는 짐승 노루새끼가 놀라 달아나고 파도 한 줄기가 그네를 할퀴고 지나가자 내가 사랑하는 여자 원수 같은 여자 그넷줄을 놓고 동해로 풍덩 빠진다 詩 정호승 2014.05.12
상처는 스승이다 / 정 호 승 * 애기똥풀 상처는 스승이다 - 정 호 승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보라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노란 애기똥풀이 서로 마주앉아 웃으며 똥을 누고 있다 나도 그 옆에 .. 詩 정호승 2014.05.10
벗에게 부탁함 / 정 호 승 벗에게 부탁함 - 정 호 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 詩 정호승 2014.05.09
흐르는 서울역 / 정 호 승 흐르는 서울역 - 정 호 승 선운사 동백꽃을 보고 돌아와 서울역은 붉은 벽돌 하나 베고 지친 듯 잠이 든다 나는 프란치스코의 집에 가서 콩나물비빔밥을 얻어 먹고 돌아와 잠든 서울역에 라면 박스를 깔고 몸을 누인다 잠은 오지 않는다 먹다 남은 소주를 병나발로 불고 나자 찬비가 내린.. 詩 정호승 2014.05.08
밥 먹는 법 / 정 호 승 밥 먹는 법 - 정 호 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詩 정호승 2014.05.07
새벽편지 / 정 호 승 새벽 편지 - 정 호 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위에 몸을 던진다 詩 정호승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