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 정 호 승 *담쟁이 덩굴의 새싹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 호 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 詩 정호승 2014.03.07
서대문 하늘 / 정 호 승 서대문 하늘 - 정 호 승 죄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 술병을 깨어 들고 가을에 너를 찔러죽이겠다고 날뛰던 사막의 하늘 어머니가 주는 생두부를 먹으며 죄 없는 푸른 가을이었다 죄의 상처를 씻기 위하여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되기보다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 詩 정호승 2014.03.05
유관순 / 정 호 승 유관순 - 정 호 승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물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 詩 정호승 2014.03.01
소록도에서 온 편지 / 정 호 승 소록도에서 온 편지 - 정 호 승 팔 없는 팔로 너를 껴안고 발 없는 발로 너에게로 간다 개동백나무에 개동백이 피고 바다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 손 없는 손으로 동백꽃잎마다 주워 한 잎 두 잎 바다에 뛰우나니 받으시라 팔 없는 팔로 허리를 두르고 발 없는 발로 함께 걷던 바닷가를 .. 詩 정호승 2014.02.25
석련(石蓮) / 정 호 승 석련(石蓮) - 정 호 승 바위도 하나의 꽃이었지요 꽃들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찾은 후 나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주신 후 나는 한 송이 석련으로 피어났지요 시들지 않는 연꽃으로 피어났지요 바위도 하나의 눈물이었지요 눈물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詩 정호승 2014.02.22
종소리 / 정 호 승 종소리 - 정 호 승 사람은 죽을 때에 한번은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새들도 죽을 때에 푸른 하늘을 향해 한번은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나 죽을 때에 한번도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길에 핏방울만 남기게 될까봐 두려워라 풀잎도 죽을 때에 아름.. 詩 정호승 2014.02.17
봄비 / 정 호 승 봄비 - 정 호 승 어머니 장독대 위에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달님에게 빌으시다 외로운 개들이 짖어대던 정월 대보름 어머니 촛불을 켜놓고 달님에게 빌다가 돌아가시다 정한수 곁에 타다 만 초 한 자루 우수가 지나고 봄비에 젖으시다 詩 정호승 2014.02.15
파도타기 / 정 호 승 파도타기 - 정 호 승 눈 내리는 겨울밤이 깊어갈수록 눈 맞으며 파도 위를 걸어서 간다 쓰러질수록 파도에 몸을 던지며 가라앉을수록 눈사람으로 솟아오르며 이 세상을 위하여 울고 있던 사람들이 또 이 세상 어디론가 끌려가는 겨울밤에 굳어버린 파도에 길을 내며 간다 먼 산길 짚신 가.. 詩 정호승 2014.02.08
겨울날 / 정 호 승 겨울날 - 정 호 승 물속에 불을 피운다 강가에 나가 나뭇가지를 주워 물속에 불을 피운다 물속이 추운 물고기들이 몰려와 불을 쬔다 멀리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솔씨 하나 날아와 불을 쬔다 길가에 돌부처가 혼자 웃는다 詩 정호승 2014.02.05
새벽편지 / 정 호 승 새벽편지 - 정 호 승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죄는 인간의 몫이고 용서는 하늘의 몫이므로 자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詩 정호승 201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