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게/정호승 햇살에게 -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詩 정호승 2017.03.08
가을 / 정 호 승 가을 -정호승 돌아 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詩 정호승 2016.10.21
꽃 / 정 호 승 *레위시아 꽃 - 정 호 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뽐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詩 정호승 2016.03.29
결빙 / 정 호 승 결빙 - 정 호 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詩 정호승 2016.01.15
선운사 상사화 / 정 호 승 선운사 상사화 - 정 호 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 질러가네 그 여자 한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詩 정호승 2015.08.01
가시 / 정 호 승 가시 - 정 호 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 詩 정호승 2015.06.15
나비 / 정 호 승 나비 - 정 호 승 어느 봄날 셔터가 내려진 청계천 평화시장 쓰레기도 깊이 잠든 골목 끝 빈 지게를 내려놓고 늙은 지게꾼 한분 차가운 셔터문에 기대 잠들어 있고 어디서 날아왔을까 그분의 기겟가지 끝에 노랑나비 한마리 앉아 고요하다 거름지게를 지고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시.. 詩 정호승 2015.06.13
어떤 사랑 / 정 호 승 어떤 사랑 - 정 호 승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 너는 이미 숨져 있었고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나는 이미 숨져 있었다 너의 일생이 단 한번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나 네 푸른 목숨의 하늘이 되고 싶었고 너의 삶이 촛불이라면 나는 너의 붉은 초가 되고 싶었다 너와 나의 .. 詩 정호승 2015.06.12
나무들의 결혼식 / 정 호 승 *여주 신륵사 소나무 숲 나무들의 결혼식 - 정 호 승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詩 정호승 2015.03.06
꽃을 보려면 / 정 호 승 꽃을 보려면 - 정 호 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스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詩 정호승 2015.02.26